心川의 시
양파
이석규작가
2019. 7. 1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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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心川 이석규
겉
- 이 어떤 것은 상업적이다. 채소 가계 좌판 위
오이 호박 배추에 당근 대파 쪽파 골라 골라 잡
아요 저 바구니에 담긴 매끈한 양파, 삼겹살에
소주 끝내줘요 말만 잘하면 한두 개 더 드려요
그 말이 끝나기 전에 산다
속
- 껍질 이리저리 살핀다 살살 더듬다, 쓰다듬다,
문지르다, 벗긴다. 머릿속이 갑자기 환해진다
눈 안에 이미 눈물이 꽉 차 어질어질, 뽀얀 살
눈부시다 잃었던 입 맛이 돈다 욕망의 처음과
끝에는 여백이 없다. 자른다 안에는 길이 여러
개 있다 그 길은 서로 막혀 있고, 길마다 서커
스단이 공연 중이어 나팔이 울리면 다시 어릿
광대 옷을 입고 낙타의 무릎으로 아슬아슬하게
줄을 타야 한다 그때 불 꺼진 무대 뒤, 커튼의
비밀을 골똘히 생각하는 속은 넋의 노예다
요리
- 한다는 것은 조명이 들어오기 전 그 캄캄한
꿈의 장밋빛 무늬들 그러나 무대는 언제 열릴
줄 몰라서 연어처럼 고향에 이르기 전까지는
늘 꾸물꾸물, 식탁에 이르러서야 보름달을
보며 젓가락을 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