心川의 시

서울 낙타

이석규작가 2019. 7. 1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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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낙타 心川 이석규 외롭고 쓸쓸한 날엔 동대문 새벽시장에 갑니다 당신이 거기서 날 기다리는 것 같아서입니다 이 낯섦이 아주 즐겁기를 바랐으나 즐겁기는커녕 내 발걸음이 너무 느려 오히려 미아 같습니다 당신을 생각하면 8월인데도 눈이 내려서 앞만 보고 걷고 있는데 세상은 나를 비웃었고 그럴수록 나는 고통보다 더 큰 당신을 아주 많이 미워했습니다 새벽시장의 탐욕은 독신으로 늙어가는 중입니다 그 시장의 양심은 미소로 상생 중입니다 그렇고 그런 시장에서 당신을 만났으면 따뜻한 국밥에 소주 한잔하는 건데 아쉽습니다 앗, 물건을 잔뜩 사들고 가는 당신이 보입니다 당신이 차를 타고 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할 수 없지요 다음을 기대할 수밖에요 당신 없는 이 거리를 기웃하다 쓸쓸한 상점에 들러 양말 한 컬레라도 사며 당신 이름을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맹목의 끝은 허무이지만 계속되는 그리움의 끝은 미망이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당신이 내게 오신다면 이런 새벽시장으로 오실 것 같아서 당신이 그리운 날엔 언제나 눈깔을 부리부리 굴리며 등에 큰 혹 단 채로 동대문 새벽시장에 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