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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국
心川 이석규
해국은 바다를 하루라도 안 보면 안 되는 병에 걸렸는가 오늘
도 절벽 한 귀퉁이에서 마구 바다로 뛰어내리려 고 몸부림친다
발이 없어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을 텐데 어김없이 휙 확 뛰어
내릴 데를 찾는다. 해풍이 시시 때때로 후려쳐 귀가 먹먹하고 눈
흐릿해도 한사코 바다 로 그 여린 이파리를 들어 올린다
저 여린 이파리 어디쯤 말 못 할 恨이 숨어 있는지 보 이지 않
는 그 恨 줄기를 타고 아찔한 절벽의 욕망을 바 다에 흔드는 해
국은 제 이파리에 戀書를 써 지나가는 바 람이든, 밤을 잊은 채
철썩이는 파도든 어디에나 연서를 날리다가 야위어 가는 제 몸
까지 바다의 마음을 사로잡는 도구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