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의 美 썩 반갑지 않은 비가 오늘도 내리고 있다. 어제부터 내린 비다. 비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내리지만, 특히 가을비는 잊히지 않은 얼굴같이 왠지 쓸쓸해, 마치 내가 미처 거둬들이지 못한 내 꿈만 같다. 성긴 가을비 속에 떨어지는 낙엽이 제 고향 찾아가는 기러기 날갯짓 같으니 아아, 내 길은 다시 여백이어라 내 인생이 어려울 때는 하얀 백지를 보며 내 꿈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여백을 내려다보는 것은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기에” 뜻이 높을수록 나를 낮은 곳에 두어야 한다. 여백을 채운다고 무슨 행차를 꾸미듯이 수선을 떨어야 하고 동네 방네 소문을 내는 것 아니니, 하나하나 채워 나가는 땀방울조차 부 끄러울 때가 잦다. 그래도 어쩌다 잘 아는 친구가 찾아와서 애쓴다 는 말 한마디에 부끄러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