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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엑소더스에 대한 小考
TV에서 일본의 대지진과 쓰나미<지진해일>로 또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누출로 외국 국적
을 가진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려고 공항으로 가고, 일본 사람들은 좀 더 안전한 곳으로 탈출하
는 행렬... 마치 비눗방울 같은 행렬이… 겨우 꽃뭉우리 맺힌 개나리와 진달래나무 속 같은 곳
으로 달린다.
살다보면 때론 낯설고 물 설은 곳에서 꽃 하나 심고 가꿀 때도 있다는 듯이, 사납고 몹쓸 바
람과 맞서 싸우는 저 인본 인들의 고군분투를 외면하지 않은 우리나라와 세계 각지의 따뜻한
온정의 손길이 끊이지 않은 탓인지
저 봄 나무의 꽃망울 같은 일본 사람들은 몹쓸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해님의 눈에
자신을 고정하고 있다. 또다시 지진이 살짝 다가와서 그들을 빈정거리며 빙빙 돌다가 툭 치고
날아났다. 그때 방사능도 누출 되어 끊일 새 없이 꽃망울을 괴롭힌다. 꽃망울은 화가 머리끝
까지 솟아도- 네 까짓 것― 하고 안간 힘으로 방사능도 쫓을 기세다. 그러나 그 방사능도 한 서
풍에 떠밀러 갔는데 어느새 또 다른 바람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그래서 유비무한이란 말이 있고,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고, 측은지심도 있고, 사랑이 둥글더냐.
모나더냐! 길더냐! 찌르더냐? 는 시조가 있고,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는 노래가 있는가 보다.)
2011년 3월 19일 일본의 재앙이 일어 난지 일주일에 넘었는데, 해결의 실마리는 오리무중이
고, 그 방사능 누출을 차단하러 떠난 수백 명의 결사대는 지금 아득한 하늘에서 낙하산도 없이
그곳으로 뛰어 내리고 있다.
그들의 용기 속에서 문득, 여느 합창단이 부른 애국가 들린다. 말로만 나라 사랑을 외친 내
게 부드럽고 따뜻하게 그들이 나지막이 속삭인다. 어떠한 일을 만나도 조국을 잊지 말아라 ―
조국이 너에게 무얼 해 주었느냐가 우선이 아니고, 내가 조국을 위해 얼마나 애쓰고 힘썼는가?
네 자신에게 물어 보아라, 한다.
그런데 나라 사랑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고 행동하는 양심이라고 외치는 그들 속에서, 뜽금
없이 내 섭섭한 응어리 하나가 툭 튀어 나온다.
그건 몇 해 전에 모 회사의 선박이 충남 태안 앞 바다에 원유를 흘려 그곳 어민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 주었는데, 어민들이 소송을 할 만큼 분하고 억울한 일이었데도, 그
힘센 로펌을 통하여 쥐꼬리 만 한 보상을 해 준 그 기업이 선뜩 일본에 수 억을 기부했다는 뉴
스를 듣고 왜, 욕이 나오는 걸까? 인류애로 돕는 고사리 같은 국민들의 정성은 한 없이 부럽고
아름다운데, 또 한류의 덕을 본 가수나 배우들의 통 큰 성금도 매우 아름다워 보이는데, 왜,
우리나라의 그 기업이 선뜩 일본에 준 수 십 억 성금이, 그들의 얍삽한 과거를 떠 올리 게 하는
가?
제발 이번 기회로 인하여 그 기업도 툭 하면 재판하는 것 좋아하는데 그거 말고, 역지사지
의 마음으로 앞으로 또 우리 국민들에게 어려움을 준 일이 생기면 그때는 이번 같이 통 크게
그 어려움을 어루만져 주었다는 뉴스를 한 번 듣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자 국민한테 존경받은 기업이 세계 속의 기업이 될 것이라는 내 마음 끝에는... 지금도 여기
저기에서 “힘내세요, 일본!” 의 구호 아래 쏟아지는 온정 속에서 우리나라의 미래도 한층 밝
아 오는 기분이다.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 많이 속상하고 미워도 우리는 그런 당신들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도량 있는 대한민국이라, 어린이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진심으로 안타까
워하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눈치 챘다는 듯이
이루 형용할 수 없는 재난을 만난 저 몹쓸 재난을 만난 일본이라는 꽃망울은 오늘도 여기저
기에서 어떤 분은 하수구를 뚫고, 어떤 분은 가계 청소를 하는 사이 ― 눅눅하게 젖은 내 마음
에도 절망하지 않고 구슬땀을 흘리는 그 분들의 땀 남새가 끊일 새 없이 콧속으로 들어온다.
봄은 아직도 멀지만 저 일본이라는 꽃망울은 잠시 몹쓸 바람에 흔들리고 있지만, 곧 일어
날 것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배반할 수 없는 인류의 보편적인 사랑과 인류의 휴머니
즘을 불러 일의 킨 이 재앙..........
일본의 원전을 오늘의 나의 삶의 유비무한으로 삼고, 내 눈에 어리는 꿈과 내 목에 잠긴
노래를 이모저모 뜯어 고치는 사람은 수지맞은 것이다. 내 눈물된 꽃망울도 허물을 벗는 끝
도 보인다.
꽃망울이 앞만 보고 달리듯 지금 세계는 달린다. 리비아에 서방연합군이 미사일을 쏘아
도 봄은 잠시도 지체 않고 달린다. 그 사나운 쓰나미도 점점 하수구를 찾기에 분주하다. 그러
나 한쪽에서는 며칠 굶었는지 모를 나뭇잎 같은 이들이 낙심과 절망 속에 하늘과 정부를 원
망하다가 일시에 바람개비 돌 듯 돌다 하수구에 빨려 들어가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세상은 언제나 낮과 밤이 교차하고, 전쟁과 재난과 재앙의 연속이다. 그러나 내일 아침
에는 어김없이 해가 뜰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바람이 불 것이며, 이런 재앙을 결코 잊지 말
라는 듯이,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는 자동차 해트라이트 불빛 아래 빈 과자 봉투와 쓰레기들
이 어지러이 흩어진다. 까만 밤, 외로운 가로등-
온 세상은 다시 폭풍의 전야다.
이웃의 어려움을 내 어려움으로 생각하고 보태는 여러 정성들만이 정겹다. 마치 쓰나미
지나가고 난 후 청명한 하늘에 뜬 무지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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