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한잔

10월 22일쯤 나올 내 시집 (빈 잔의 시놉시스) 에 대한 내 小考

이석규작가 2014. 10. 1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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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까부터 냇물이었는데, 밤엔 왠지 고래와 함께 누워 자고 있었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 보니 고래 그 그림자 하나도 안 보인다. 그러나 그런 허망한 것 때문에, 나는, 더욱, 조그마한 쪽배 하나라도 되고 싶어서, 어느 냇물이 되어 어느 강줄기를 따라가다 웅덩이에 고이는 것이 아니라, 그 웅덩이를 박차고 바다로 바다로 나간다.

 

어쩌다가 이런 상상을 하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괜히 라고는 말할 수 없는 것 보니, 그 고래는 필경, 내 가슴에 잠들어 있던, 기이한 향수를 풀풀 풍기는 사람, 그런데 멀리 있는 한 사람, 그 사람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인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래, 갑자기- 나타난, 순이! 난 그를 시 라고 한다. 나는 내 마음을 사로잡은 그 이미지를 나는 순이라고 부르는데, 실은 그것은 나의 시 창작에 이데아다. (이데아 [Idea] "인간이 감각하는 현실적 사물의 원형으로서, 모든 존재와 인식의 근거가 되는 것." 내가 만난 이데아 [Idea] 그는 내가 부르면 막 달려올 것 같다. 그런 환상! 그러나 그는 멀리 있을 뿐더러 나를 잘 모른다. 또 안다 해도 날 애써 외면한다. 그럼에도 나는 한 지고지순으로 그를 내 시의 행간에 끌어 들인다. 나는 지금 그 상상의 실타래의 한 올을 풀다가, 잠깐 잠이 들었는데, 실제 잠 속 과는 상관이 없는, 상 상을…….이제 막, 새로이, 순이 그를, 수채화로, 화폭에 옮기듯이, 나는, 시를 쓰고 있다. 봄이지만, 나는 잔雪에 고개 쏙 내민 꽃망울 같다. 그래 그는 내가 예쁘게 키워 피워야 할 꽃망울이라고 한다. 그때는 시가 꿈틀거릴 시기이다. (그는 내 메모 장 안에 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메모는 시가 되고 싶어서 나를 날 밤을 새우게 할 때가 잦다. 그것은 아마도 우연에서 필연 으로 가는 한 과정을 쓰고 싶은 것 같다. 그래 간혹 웅덩이에 빠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순이! 그는 어쩔 수 없이 나의 섬이며 바다이다. 그예 그 곱고 착한 향수……. 그 부재를 생각하면 왠지 남원이 생각나고 그 남원의 이몽룡과 춘향이가 생각 난다. 그리고 광한루를 걷다 보면 머루랑 다래가 열리는 남원 사매면에 있는 계룡산 밑 구터 <관촌 부락> 이 나오고, 그 비탈진 옥수수 밭을 돌아가면, 울 어머니 콩밭 매다가 이마에 땀방울을 훔치셨던 그 무명 적삼이 나풀거리고, 그 땀 냄새로 익어가는 청대콩 풋 냄새가 솔솔 나고, 쪼금 더 돌아가면 우리 할아버지 <주동 할아버지>와 큰아버지 <신흥양반>와 사촌들이 설던 안채와 행랑채와 사랑채가 나타난다. 그 마당 오른쪽에 우물이 있고 뒤란 너머에 대나 무밭이 있었는데, 그 밭에서는 참새들과 생쥐들이 대숲이 는 바람소리에 맞추어 합창을 했고, 가을이면 그 둘레에 진 친고 살던 상수리나무에서 떨어진 상수리 알 들 이 툭, 툭 떨어 진 것을 주어다가 묵을 쑤어 먹던 생각이 난다. 그 윗집 김 씨네 담장 사이에 아주 큰 모과나무가 있었는데, 그 모과 참 기똥차게 맛있었지……. 모과를 숭숭 썰어 씨를 발라 낸 그 구멍에 줄을 끼어 널어놓았다가 꾸들꾸들하게 말랐을 때 한 입 베어 먹으면 텁텁한 입 안이 환해 졌고, 또 감기 걸렸을 때 그 모과를 화롯불에 푹 넣어 삶아 숟가락으로 파먹으면 감기 뚝, 온데 간데 없었다. 그 풍경 너머, 그 보릿고개 시절, 어머니 삯바느질로 연명하던 어느 겨울 밤, 어머니 베갯머리에서 들었던 장화홍련전 이수일과 심순애 이야기 그 신파극, 그리고 제일 흥미진진했던 삼국지의 유비와 조조의 싸움, 그 적벽대전 제갈량의 꾀, 그 지혜와 그 혜안에서......................... 오늘 문득, 내 시를 돌아보니……. 그 옛날의 상처들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어디선가 아리아가 들리고 있다. 그리움을 더해 주는 연주 Acoustic Cafe - Long Long Ago 가 들린다. 그리고, 그 아리아에 맞춰 한 송이 민들레가 하늘하늘 거린다. 그러나 내 옛 추억과 순이 그도 내 시를 왈칵 움켜쥐고 나에게 그 흔한 눈길하나 미소하나 주지 않고, 늘 내 원고지의 행간을 기웃 거릴 뿐이다. 늘 환한 웃음으로................. 나는 그런 그라도 너무 고맙고 반가워서 살며시 다가가서 인사라도 하며, 말이라도 한번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시가 된다. 그래 나는 오늘도 그에게로 막 달리고 있는데, 내가 다가가면 갈수록 너와 나의 거리가 가까워 져야 하는데, 나는 맨 날 도로 그 자리이다. 그래도 난 멈출 수 없어 지금 마라톤선수로 뛰어가고 있다. 그래, 내 시집 제목이 "빈 잔의 시놉시스"가 됐다. 영화나 드라마 따위의 줄거리 <이런 내 시는..................> 아까부터 영화를 찍고 있는 것이다. 그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그 옛날! 월남에서 어머니 생신에 붙일 선물을 사려고 외출 나왔을 때처럼 나는 네게 간다. 월남, 메콩 델타 시청 앞 분수대 부근 황토 빗 곡선의 물굽이를 돌고 있을 때 이었다. 마른 가지를 빨갛게 물 들이고 있던 여자, 아오자이, 그 여자가 진초록 잎사귀 사이에서, 한 부재不在의 근원을 넘을 여고 광장廣場 한쪽 마음의 귀퉁이 그 비취파라솔에 앉아 있었던 것을 본 그때처럼- (그런데 이 모습은 30년 전의 일인데도, 오늘 또 다시) 순이 그가 내 앞에서 사뿐 사뿐 걷고 있다. <착각일까? 아니면 환상 속?> 아무튼, 나는 그런 그를 직접 만나악수를 한 다음 전망 좋은 여느 카페에서 무릎과 무릎을 맞대고 커피한잔이라도 마시면서 당신 눈빛 속에 들어가는 그 과정을 꽉 잡아 시 안에 넣고 싶다. 난 외로울 때는 바다를 찾는다. 그리고 파도를 탄다. 파도가 칠 때마다 파도가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밤을 잃어버린 채 철석거리고 있는 것은 그대 아니면 채우지 못할 그대 가슴을 맛보았기 때문입니다 등대燈臺 희미하고 안내자安內者도 없지만 이 발길을 멈출 수 없는 것은 하염없이 다가와 부서지는 거품 속에 애끓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밤에 피는 해당화처럼! 이 밤을 닫지 못하고 빗장을 메고 있는 것은 그대도 어느 등롱燈籠아래서 수고로운 꿈을 꾸는 속살거림이 들리기 때문입니다 바다에선 그립다고만 하지 말고 파도라도 되는 것이 시이다. 그 환상의 대가는 먼 섬으로 노 젖는 사공이다. (그 사공이 내 시의 내재율이다.) 갈매기들이 끼룩끼룩 우는 소리 이 외는 일체의 사물들이 고요한데, 내가 널 잊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네가 내게 소중하다는 말이다. (이게 결론일 때가 잦다.) 시는 늘 내게 물음표이다. 그만큼 고독하고 그만큼 많은 사색이 뒤따라야 좋은 시가 된다는 말일 게다. 환상은 현실을 더욱 외롭게 만든다. 그러나 꿈이 있기에 멈출 수 없다. 멈출 수 없는 것이 진짜 사랑 아닐까? 그리고 이런 인내와 수고는 나의 인간 관계와, 나의 문학의 전진의 한 과정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나의 나 됨일 게다. 어쨌거나 내가 좋아하는 순이 그대는 나의 시이고 그 옛날 본 그 아오자이다. 순이! 당신은 어쩌면 그런 날 미쳤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그렇게 내 뒤를 따라오니 가상해서 차 한 잔쯤은 나눌 수 있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지금, 순이, 그댈 처음 보았을 때부터, 그만, 내 마 음을 송두리째, 네게 빼앗겨버렸노라고 하면서 간다. (당신이 나에게 환하게 웃으며 어서 오라는 손짓도 없이) 나는 지금 순이 그대에게 달려가서 길을 막고 "차 한 잔이라도 같이 할 수 있을까요?" 그런 말조차 당장 건넬 수 없기에, 그 막막하고 답답한 변명과 저항과 소망과 절망의 호소를 쓴다. 나의 시는 아주 빈약하지만, 언제나 집중과 승화에 껄떡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가 밤을 잊은 파도가 되면, 그는 나의 깜깜한 밤에 달빛이고, 수평선 에서 막 걸어 나오는 해님이 된다. (이게 시의 정신이 아닐까?) 꿈은 나이와는 무관하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웃음거리가 될까봐 걱정도 된다. . 그래, 나의 발길은 언제나 타오르는 촛불과 그 앞에 두 손 모아 드리는 기도이다. 한마다로 나는 멀리서 그윽하게 들려오는 한 음악이어야 했다. 그러기에 지금의 캄캄한 밤의 적막과 새벽 미명의 안개와, 끊어진 길과, 닫힌 창문이 내 십자가이다. 나는 그 십자가를 지고 가면서 조금만 가면 찬란한 아침이 날 기다릴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는다. 그러기에 우리 사이에는 절망과 환희의 그림자가 서로 교향하고, 사랑과 이별, 희망과 절망이 서로 연결 되고, 악수와 미움, 저주와 축복이 같이 산다. 풍선과 오뚝이와 빈 잔과 톱니바퀴가 얽혀 있고 장미꽃과 웅덩이와 시냇물의 모습이 웅크리고 있다. 길의 정점에선 미끄러져 내려오지 않기 위하여 현실과 미래에 대한 그지없는 갈망과 기도로 인하여 자신 이 수척해지고 영혼이 가난해진다 할지라도 이러한 갈망 속의 고독은 얼마나 귀한 것인가? 비록 눈가는 이슬이 맺혀 있고, 발길은 도로 그 자리를 맴돌고 있을지라도, 이런 과정이 없다면 우리는 몇 미터 안 되는 거리를 두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수도 있고 무덤덤해 질 수도 있다. 나는 다시 한번 내 생각을 가다듬으며 가던 길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하여, 내 시의 나침판이 된 이름 순이 그를 시에 옮기려고 냇물에 띄운다. 그러나 순이 그는 멀리 있다. 그러므로 나는 다시 옛 추억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그 옛 추억을 되살려 내어서……. 시의 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서글프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좋아해 하는 일이라 누구에게 원망도 못한다. 그렇다. 저 꿈은 저 정성만큼 맺히고, 저 땀방울만큼 거둔다. 내가 그 옛날 만난 그 여자, 그 아오자이도 마찬가지다. 그는 물기가 고일 듯 넘칠 듯한 눈동자를 가진 여자 이었다. 그 여자는 우수憂愁에 잠겨 있었고, 월남미인의 유일한 흠인 콧대마저 오뚝 세우고 힐 끗 날 쳐다보던 여자, 그 여자가 휘날리는 머리칼을 단정히 싸매고 간다, 내 앞에서...................... 나는 그것 하나 쓰고 싶어 간다.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땅거미에 휩싸인 당신이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었다. 앞으로 귀대 시간은 3시간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았 는데, 나는 몽유병자夢遊炳者처럼 그 아오자이 뒤를 쫓고 있다. 바람은 여기가 상하常夏의 나라임을 일깨워주려는 듯이 남서풍으로 불다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남동풍 으로 불다가 다시 남서풍으로 불고 있다. 습하고 더운 공기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듯이 고기압高氣壓에 밀려 올록볼록한 바짓가랑이로 들어 왔다가 젖은 채로 밀리고 있다. "무슨 놈의 바람이 이렇담……." 가도 가도 거기가 거기인 것만 같은 거리에 푸짐한 잎사귀 푸짐하고 오밀조밀한 꽃들 그 사이를 헤치는 바람이 오늘따라 살가웠는데 바람은…….바람은 이전투구泥田鬪狗나 다름없는 전쟁戰爭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나브로 꽃들 가슴 한 쪽을 스치고 훌쩍 떠나 버렸다. 전쟁戰爭은 인간人間의 심성心性을 황폐화시키고 가치관을 상실하게 한다. 극도로 이기 화된 이념理念이 상업적商業的 이해타산에 따라 이익을 탐하는 놀음 에…….우방友邦이라는 이름으로 여기 왔지만, 사실은 약소국으로서 코 끼여 월남에 온지도 어연 3년이 되었 다. 그동안 이념理念이라는 적과의 거리가 1백 미터도 안 되는 벙커 속에서 퍼부었던 포탄! 총탄! 분노들이 주마등처럼 아린거리는 좌절을 뒤로하고, 지금이라는 찰 라를 움켜쥐고 달음박질하는 그때의 그 아오자 이……. 아니 순이…….그리고 시……. 그 뒤를 따라가고 있다…….그런데……. 지금의 이런 만남은…….이건 우연? 필연?... 지금은 도무지 알 수 없지만, 나는 지금 당신의 뒤를 숨 막히는 물결을 타고 열풍으로 쫓고 있다. (모름지기 시인은 이런 부조리를 해맑게 농 해야 진정한 시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게다.) 간간히 비친 하늘엔 살벌한 전쟁戰爭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멍들은 대지大地를 박차고 솟은 야자수 나 무들이 천국과 지옥 중간 연옥같은 하늘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야자수 열매들이 내 눈을 잠시 빼앗고 싶 어 단물이 고일대로 고인 꿀통을 이리저리 흔드는 거리가 어느새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 밤, 밤이 찾아왔다. 이 밤이 나누고 싶은 것은 정情이고 그 그리움이다. 나는, 이 고즈넉한 밤 바다에 배한척 띄어놓고, 당신의 바다- 아아, 그 넓고 깊은 심연에 닿아 집을 짖고 싶다 한다. 나는 지금 당신의 밤바다에 OP를 설치하고 (그 달빛 천사같은 당신, 당신의 속마음을 꿰뚫기 위해,당신 을 두 팔벌려 맞이하기 위해) 손을 흔들며, 순이! 당신은 그때의 아오자이 같아요! 아니, 그 보다 더 아름다워요, 하면서, 그때도 뒷모습만 보고 아직 만나지도 못했는데, 당신은 꼭 한번은 만나고 싶다고 한다. (아아, 나는 지금 소대원하나도 없이...) 혼자, 그 옛날처럼 그 아오자이 치맛자락을 붙들기 위해 쫓아가는 것처럼, <나는 지금 당신 하나를 맞이하기 위하여...>나는 지금 위험을 무릅쓰고 낮은 포복으로 당신의 뒤를 쫓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가 막혔지만, 문득 영국의 시인 사무앨 존슨의 말이 생각나 힘이 난다. ["시詩의 본질 은 발견이다."] 아, 그 말이 참 위안이 된다. 그렇다, 시는 캄캄한 밤 문 틈에서 새어나오는 빛이어야 한다. 그러나 시詩보다 꽃보다 더 아름다워 내면 깊숙이 감추어 놓고 있는 것이 인간人間의 마음이다. 그렇다, 시는 정과 사랑의 한 과정이며, 그 절망에 희망을 주는 것이다. 그 비유는 사물이 된다. 사물에 내 못 다한 말이 들어 있다. 나는 그에게서 새로운 경이와 환희를 맛보고 싶은 거다 오색등이 불야성을 이룬 델타시내로 접어들고 있는 아오자이를 나는 놓칠까봐 바짝 거리를 좁히고 있 었다. 앞으로 3시간 30분 안에 늦어도 저녁 7시 30 까지는 귀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희여 초조 해지기 시작했다. 혹시 그녀가 내가 뒤를 따라 온 것을 보고 일부러 돌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불안과 초 조가 초저녁을 넘고싶어 이글이글 타오르는 내온불빛 속을 헤매고 있을 때였다. 그녀가 발걸음을 멈추더 니 허름한 카페 안으로 쏙 들어간다. <며칠 전에 누군가가 내 글에 댓글을 달고 이제까지 만날 수 없었 던 것처럼....> 바람은 언제나 야릇하고 싱겁고 눈물바가지라 야누스같이 얼굴이 둘이다. 또 바람은 한 희망 같기도 해 서 우리 인생人生을 이끄는 견인차이기도 하다. 그래, 난, 어쩌면, 지금은, 길 잃은 바람일지라도 나는 한 줄기 바람이어야 하고, 물음표 앞에서는 언제나 가슴에 감추어놓았던 말을 이제는 꺼내야 한다. 한 20평정도 될까 말까한 홀에는 나와 그리고.... 천장에 매달린 선풍기.... 그 선풍기는 아침밥도 안 먹 었는지 곧 자지라 질 것 같은 바람에도 마룻바닥을 뒹구는 두루마리 화장지, 화장지 옆에 멀건이 서있는 휴 지통과, 찌그러진 코카콜라 캔, 맥주병, 양주병들이 제 멋대로 뒹굴고 있어, 잠깐 벽과 벽 사이에 기대니……. 천장에 점점이 박혀있던 노랗고 빨간 전등알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나를 노려본다. 팽팽하게 죄였던 시간이 늘어진가 했더니……. 얼룩이 지고 있었다 "첨 오셨나요? 빨리 그 옷 갈아입고 또 그 가면도 쓰고 들어오시지 않고요." 약간 혀 짧은 듯하다 목소리로 다그치는 아까 그 여 종업원이 가방을 내민다. "한국말을 할 줄 아네요,...반갑습니다!...." "네에...기다리는 분이 있어요.... 빨리 저 옷을 입고 저를 따라 오세요......." 모를 일이었다. 무엇을 하자는 건지?.... 어떻게 해야 될지....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슬쩍 가방을 열어 보 았다. 가방 안에는 위아래에다 모자까지 달린 펑퍼짐한 피에로 복장에다 접이식 빨간 지팡이 하나가 들어 있었다. 노랗게 빨갛게 물들어있던 가슴이 타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무 슨 광대놀이란 하자는 말인가?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러나 귀신도 잡는 해병중위인 내가 여기서 물러설 수 없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남자가 한번 뽑은 칼을 집어넣은 다는 것은 남자답지 못하 다 하면서....> 나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허겁지겁 한쪽 구석으로 가서 혁대를 푸르고 바지를 내리니.... ................숨죽이고 있던 시커먼 내 물건이 무슨 마술이라도 걸린 듯 고개를 서서히 처든다. 아! 그렇지 땀 냄새 못 맡은 지... 별 구경 안 시켜 준지.... 너무 오래였다는 미안한 생각보다는 수치심이 와락 솟아 황 급히 피에로 복장을 입으니 그럴듯한 광대가 되어 있었다........................... 왜, 하필이면 광대이어야 했을까? 바로 그때... 어디서.... 지금의 고요와 불안을 깨뜨리고 싶은 소리! 이슬같이 맑고 청아한 노래가 들려왔다.. ..> 햄릿 제 5장에 나오는 아리야..... 를 ..... 오필리어가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어떻게 우리 님을 알아낼 건가~ ~ ~ 죽장에 짚신, 벙거지 쓴 순례길에 오른 이가~ ~ 우리 낭군이네~ ~ 왕이 등장하더니.. 그만 그 노래가 끊어졌다가 왕이 나가자마자 오필리어가 그 까닭을 묻거들랑 이렇게 답 변해 주세요.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내일은 성 발렌타인 데이~ ~ 새벽 일찍 자리에서 일 어나~ ~ 그대 방 창문 아래 가서~ ~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게요~ ~ 그대는 얼른 날 맞아들여요~ ~ 문을 열고 들어갈 땐 처녀였건만, 방에서 나올 땐 처녀가 아니더라~ ~ ~ <그때!> 그 대목을 부르고 있을 때였다.... 가느다란 실핏줄에 걸려있던 그대 그리움이 시속 100키로 로 뛰더니 서서히 늘어져서 잠깐 눈을 감았더니....한 영사기에 걸린 필름이 돌아가......한 영화의 크라이막 스를 비추고 있었다.... <막연한 기대가 설렘이 되더니.... 그 막연한 설렘이 인식이 되고, 인식 덩어리가 점점 커져 산이되고, 바다가되어, 갈증이 났고, 목이 마를 때에야 그것이 소망所望이요. 지금의 희망希望이 라는 것을 나는 가슴으로 느끼면서 천천히 그 영상에 빠져드는 거.... 순이 얼굴이 보인다, 목소리도 들린다, 여느 하얀 민들레꽃에서 <순이 당신의 숨소리가> 아주 여리고 가늘게 들리다가 거칠어지다가 또 잦아들고 있다. 순이!! 그는 아직 만나지는 못해, 한 꿈 속지만, 그 막연한 그리움이 우릴 단단히 묶어 준다면! 우린 철새가 아니 고, 강남제비일 것인데, 당신은 모른다, 그러나 당신이 지금 모른다고 해도 어쩌거나 당신은 나는 쉼표다. 당신은 내게 갑자기 느낌표이고 이유도 없이 나타난 여백이다. 그러기에 나는 지금 당신에게, 사랑, 자유, 낭만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있는 중이다. 그래 나는 의식과 의식의 너머의 어렴풋한 경계를 사모한다. <그러기에 나는 지금 당신에게로!...> 그 빈 여백의 공간 속으로 흘러가고 싶다. (그것이 더 큰 절망을 가져온다 해도....................) 난 이 땅의 모든 순이를 다 詩라고 한다! (그 순간 그 순이는 이데아 [Idea] 다. <인간이 감각하는 현실적 사물의 원형으로서, 모든 존재와 인식의 근거가 되는 것> 이다. 그래 나의 시 창적에 있어 시가 순이고 순이가 시다. 그래 그 순이는 성이 없다. 굳이 성을 붙이자면 성이 길지만 <하얀 민들레!> 라고 하고 싶다. 성 없어도 그를 생각만 해도 그예 숨소리가 들린다. 하얀 민들레를 그를 생각만 해도 그가 내게 손짓을 한다. (당신도 나만큼 나를 보고 싶나요?.... 우리 언제 만날 거예요, 네?....) 그러나 순이는 어제도 오늘도 아무 대답이 없다. 그러나 저 하얀 민들레에게 물으면 민들레는 순이를 잊지 말라 한다. 나는 순이를 생각하면, 날은 추워도, 따뜻해진다. 지금 내 마음 속엔 눈이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 그런 순이는 나의 <첫눈이다!> 그런 순이가 내 위에 펑펑 내린다. (내 시를 읽는 독자들이 이것을 경험하기를 소망한다.) 나는 아직도 그 눈발을 잡으려고 허공을 휘젓는다. 그것은 분명 참을 수 없는 외로움이나, 실은 내 시의 빈약에 대한 내 몸부림이다. 나는 이 영상이 끊어질까봐 온 힘을 모아 붙든다. 그러다가 지쳐, 비틀거린다. 그래도 고맙다. 이 자유..... 어떤 것에도 구속받지 않는 이 자유가 시를 낳는다. 엔젠가는 한번쯤은 만날 수 있다는 가느다란 희망 <당신을 만나 나아(裸芽)를 그대 안에 묻고 쉼을 얻을 날이 반듯이 올 것이라는...> 그 믿음을 준 당신이 고마워서 나는 이 시 쓰기 멈출 수 없다. 그래 나의 순이와 시는 언제나 未 望이다. 그러나 이슬비가 꽃밭을 지나갈 때 그대와 나 사이를 시든 이파리로부터 느낀다. 그리움은 그런 것이다. 나는 없고 그대뿐인 것 배호가 누구하나 애 터지게 불러도 삼각지 노타리엔 비, 비만 내리는 이런 캄캄한 곳에선 아침을 음모해가는 것 어둠 찬 골목에선 간절함으로 길을 낸다 낮엔 해의 그림자를 따라가다 밤이 되면 달맞이꽃 가슴으로 들어와 제 발길을 옮기는 각시나방의 분가루가 되고 싶다 눈물이 된 길이 아른 거린다는 것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시간 때문일까 항구港口 무렵은 언제나 파도가 거세다 보여줄 길 없는 내 가슴이 가파른 언덕 등대에서 잠시 빛난다 나는 오늘도 마라톤 선수로 잠이 들 것이다 아침에 다다르지 못한 햇살같이 영겁永劫의 비늘에 수手를 놓을 것이다 씨앗처럼. 나의 꿈속에 사는 너,시는 내가 늘 그리고 싶은 예쁜 수채화이다."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 보니, 아까까지 내 곁에 있던 순이는 보이지 않고, 그 자리에, 외로움이 몰려 왔다. 나는 창문의 커튼을 열고, 어젯밤 본 순이 얼굴을 떠올린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순이의 얼굴은 안 떠올려지고, 앙상한 나뭇가지에 소복이 쌓인 하얀 눈이, 내가 반갑다는 듯이 하르르 웃다, 그만, 떨어진다. 그러나 사물은 보는 각도에 따라 조금씩 다르듯 시 창작엔 별이 보이다가 구름이 끼는 게 다반사다. 그러나 그 구름이 나의 시를 시 되게 하니 그 구름도 밉지 않고 되레 고마울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밤은 한시도 멈추지 않고 새벽으로 계속 달리고 있다. 귀에 들려오는 찹쌀떡 사라고 외치는 소리는 애절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내가 순이를 원하는 마음이 시가 되려나 보다. > 단조로운것 같으나, 결코 단조롭지 않은, 그 호소가, 어느 시골 한 물레방아처럼, 나와 당신의 사이, 그 어두운 시간의 의식을 돌리고 있다. 시 참 어렵다. 그러나 어려워도 놓지 못했다 (시의 정신 하나!) 부디 내 이야기가 그대의 이야기로 읽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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