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차로
心川 이석규
교차로에서
발길 하나를 꽉 잡아
내 눈 속에 넣고 걸었더니
먼먼 사랑이
등 뒤에 숨은 등 같습니다
한 송이 꽃이 되려고 몸부림도 처 보고
아프기도 하면서
좀 기다릴 줄 알아야지
그냥 훌쩍 뒤돌아 가는 건
사랑이 아니지요
바람이지요
길은
실상과 상상의 사이를 잇는 것인데
혹 가나 마나 한 길도 있으니
애쓰지도 않고
말로만 사랑한다 하는 건
그건
바람이지요
내 눈 속 그 발길 하나
아주 꺼내놓고 보니
가벼움에 익숙한 것이 보여 서운했으나
그런 일을 한 번쯤 겪은 후에야
내 길이 보인다는 것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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