心川의 시

마산 어시장

이석규작가 2020. 4. 2. 07:59
728x90


마산 어시장 
                                                       心川 이석규
양장 차림에 뾰족구두를 신은 한 아지매가 시장 바구니예
콩나물 무 배추 고사리를 잔뜩 사 가지고 골목길을 돌아가는데
건어물 가게 노총각 김 씨가 멸치 사라고 외치오 그 소리예
마산의 명물 돛 섬에 푹 빠지오
그 옆에서 숭어, 우럭, 돔, 전어 팔던 아저씨, 그 아지매를 
보고
얼릉 오이소 해도 그냥 가니 더 큰 목소리로 
후딱 오이소 그 아지매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와 전어, 이만 원어치만 주이소 하오
전어 이만 원어치가 시골 머슴 고봉밥만큼 한데
그 앞집 횟집에서 전어 굽는 냄새가 하도 구수하여서
집 나간 며느리 돌아온다는 말을 실감하는 동안 고봉밥이 
점점 수복하오
수족관에 갇힌 숭어, 돔, 장어, 전어가 제 짝 찾아가고 싶다고
발광을 하오 수족관 통통한 벽에 머리를 들이밀고 마구 
헤딩을 하오
벽에 머리를 들이밀고 마구 헤딩을 하오.
한 사내는 아구찜 집을 그냥 열심히 찾아가다가 복국집 문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쉬지 않고 아구찜 집으로 내달아 가오.
마 전어 축제할 때 한 번 더 오이소 그러면 어쩌다가 멀어
진 그대
국화꽃 꽃망울에 냉큼 올라타고 내게로 막 내달아 가오.

'心川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역에서는 기적소리도 그리움이 된다  (0) 2020.11.14
심천일기心川日記  (0) 2020.05.14
목련꽃 당신  (0) 2020.04.02
사랑  (0) 2020.03.11
공간  (0) 2020.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