心川 日記

어머니

心川 이석규 시인 2019. 11. 28.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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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집인 정형외과 5병동 507호에
새파란 군발이가 어깨 혹이 불거져 수술하러
저 철원에서 근무하다가 들어 왔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도록 엄마와 
여동생은 보이는데, 그 아버지는 못 보았다.
그런데 내 옆에 있는 박 사장은 일을 하다 발 뒤큼치를 다쳤는데
우리 병실에 제일 고참 답게 오지랖이는 넓은 41살 먹은 총각이다.
그리고 그 옆에 한 살 더 먹은 오중 씨는 저 남지가 고향인데 그 부모님
들이 가끔 찾아와 결혼 걱정을 한다. 그 아버지는 공직에 있다
이젠 퇴직했지만 그 남지와 창원에 상가도 있고 또 그 남지 중심지에
땅도 있는 부자이지만, 그도 아직 총각이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추레라 기사 재민 씨도 45살인데 총각이다. 
그리고 문득 어머니가 그리워 졌다.
아까부터 보고 있던  저 (어머니의 一生!) 사진 때문일까
문득, 어릴 적, 어머니의 주름진 이마에서
갑자기 안개비가 내리고 시냇물이 그 밑을 조용히 흐른다.  
그리고 어머니의 이마에 땀방울이 하얀 눈같이 내린다. 
그 어머니 베적삼에 흰 치맛자락이 허리끈이 나풀거리도록
헤어진 줄도 모르고 환히 웃으면서 너희는 義 傷하지 말고
떨어져 살아도 항상 잊지 말고 오순도순 잘 살라고 하신다. 
그 사랑, 그 부탁, 어찌
어머니 주름에만 있겠느냐 이 산에만 있겠느냐   
저 구름에만 있겠느냐 말없이 우는 내 눈물에만 있겠느냐 
우리 마음에 하늘이었던 어머니가
우리 곁을 떠난 지 십 수년이라 해도
그 사랑이 그 마음이 어디 오늘 이곳 뿐이겠느냐 
우리가 헤어진 뒤의 일상에만 있겠느냐 
그 情 그 사랑 깨달은 悔恨에만 있겠느냐  
오늘 참석 못한 형제자매와 손자 손녀들의 얼굴에만 있겠느냐  
우리 형제자매들과 친척들이 모처럼 모인 산소에서
문득, 나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표, 어머니 주름을 생각하면,
어머니가 날 위해 흘린 눈물이... 그 사랑이...  
아직 덜 자란 우리 손주들 얼굴에서 가만가만히 들린다.   
살아생전에 잘 모시지 못한 그 불효들이 불꽃처럼 일어난다.  
가족과 친척들이 산소에 모이니 어머니 사랑이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그리고 그 안에서 그 동안 서운했던 情과 사랑이 
문득 다 용서된다.
나의 시간은 과연 몇 시일까? 얼마나 남았을까? 
아무도 대답 없는 시간 속에 또 하루가 저문다.
오늘을 마지막처럼 살아야 할 이유를 
내 몫으로 남겨둔 채.
2019년 1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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