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목
그림: 김은희 화백
글: 이석규
계곡을 흐르는 물은 어서 빨리 단풍이 들어 떨어지면
그들을 태우고 바다로 가고 싶다고 했다 산 밑 등산하는
사람들은 오다가다 머루나 다래를 만나 따 먹었으면 좋
겠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해바라기꽃 속으로 기어들어
가고 싶다고 했다
길목에서 해바라기꽃 곁에 또 다른 해바라기 꽃으로
서서 바람을 껴안고 그대를 기다리고 싶다고 했다 해바
라기 꽃이 피는 가을엔 그리움이 짙어지고 그리운 얼굴
이 새카맣게 콕콕 박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