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 이석규
좋아한다고 빨리 가면 발병 난다
낙타로 가라
고비를 넘어
어깨에 손을 얹고 같이 걸을 때까지는
모래바람이 끝없이 불면
길 위에 그 이름 펼치며 가라
좋아하는 마음의 길은
본디 사막이니까
사막에서 선인장으로 굴러가라
굴러서 사랑 그대에게 가라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내가 바로 사막인 까닭이다
어서 빨리 가야 하는데
황사까지 끼어 앞을 가릴 때는
말없이 흩어지는 구름으로 흩어져서 가라
흘러서 외롭게 가라
-시집, 빈 잔의 시놉시스 106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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