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눈 오는 날 붕어빵 집에 간다 시인에게 이렇듯 중요 의미와 순수 동기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아마도 이석규 시인은 시를 쓰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공허한 인생 중심에서 길을 잃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이석규 시인에게 있어서는 시가 곧 일기요, 일상의 스케치를 능가하고도 남음이 있는 친구이자 멘토가 됨이 틀림없다. 우리네 삶은 늘 사유의 그네에 의존하여 허공을 날아오르기도 하고, 지면의 무궁무진한 깊이와 넓이를 느끼곤 한다. 이는 날개가 없고, 땅속에 굴혈을 내고 들어가 안식할 부리가 없는 단순 인간인지라 어떤 모양으로든 인간 내면의 사연이 자신으로부터 시작하여 가장 가까운 사랑하는 사람이나 관계자 그리고 신에게 읽혀져야만 비로소 영혼의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가교(架橋)적 역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