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내 형님의 봄은 어머니에게서 온다

이석규작가 2012. 5. 27.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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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고 싶은 꽃이 멀면 아프다. 발과 눈과 가슴이 다 아프다, 그런데 길까지 막혔는데 누가 그 Detour 우회로에서 누가, 지름길로 들어섰다가, 자갈길에 앉아 땀방울을 훔치다가 개미를 보며 일어나 다시 간다. 꿈에 본 그대가 혹시 엇저녁에 나를 그 발 길로 안내했나? 꽃망울 사이로 모여드는 벌 나비를 보니 더 아프다. 그렇게 아픈 내 큰 형님의 봄은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니에게서 왔다. 큰형님이 경남 진주 못 가서 문산, 한 골짜기 그 한가운데 위치한 문산, 그 병원에도 해마다 봄은 왔다. 그 봄은 어머니와 아버지 사랑만큼은 변함없이 해마다 찾아와서 그 자식이 된 우리 형제들로부터 또 우리 아이들에게로 전해진다. 그래서 나이가 들고 산천이 변해도 형제간에 情과 사랑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올봄에도 논두렁에는 형제 우애같은 쑥이 돋아 나고, 그 情같은 냉이가 돋아나고, 그리고 내 두 딸의 사랑같은 유채꽃 목련꽃 진달래꽃 개나리들이 핀다. 그리고 또 그 노랗고 하얀 꽃잎에 내 형제자매들의 얼굴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니, 그 봄꽃을 좀 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거야말로 희한하게 우리 어릴 적에 형님이 우리를 돌보아 주었던 그 고마운 때가 나온다. <친구들과 어쩌다 싸워 코피를 질질 흘리고 들어왔을 때> 엄마 몰래 새 옷으로 갈아입혀 주고 또 모처럼 한 쑥떡, 개떡, 자신은 안 먹었으면서도 배부르다고 내게 양보했던 일이 어디 한 두 번인가? 그런저런 등 등의 추억들이 뭉쳐 있는 봄 꽃엔 형님의 사랑이 켜켜이 묻어 있다. 지금 그 추억을 생각해 보니 아아, 달짝지근하다. 그러니, 나이가 들어 손자 손녀를 보았어도, 어머니의 사랑 속에서 내 어릴 적 추억 속에서... 나를 생각하면 나는 나이가 들었어도 어른이 아니다. 형님과 아우들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내가 있다. 그리고 칡 캐먹고, 쑥 캐고, 고사리 꺾으러 다니던 어린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외손자 손녀가 있다. 아, 그런데 아프다. <내 가슴도 매우 아프다.) 아아, 수년째 병원에 걷혀 있으니... (오늘 면회가서 잠깐 밖에 나와 삼계탕을 먹으면서 내내 속으로 울었다.) 형! 자주 못 와 미안해! 이젠 자주 올 테니 건강 잘 챙기세요...! 그리고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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