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중년의 쓸쓸함과 꿈에 대하여

이석규작가 2017. 3. 1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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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쓸쓸함과 꿈에 대하여



  중년!

아들딸 잘 길러 주었다고 하늘이 내려주신 훈장 <주름 몇 가닥과 흰 머리칼!> 을 차고 아직도 꿈이 있어 꿈 밭을 일구는 중년은 한마디로 아름답다. 왜? 그 꿈으로 말미암아 더욱 젊어 질 테니까, 더욱 행복할 테니까.


그래 뽀얀 먼지 같은 과거들이 거름이 되어, 구부정한 길을 펴 주리라는 생각으로, 가로등을 벗삼아 쫓다가 놓쳐버린 넋 길을 닦는 이는 외롭지 않다. 運命이란 바퀴의 키를 움켜쥔 하늘이 캄캄해도 腦 水에 꽉 찬 흐름 의 발길은 멈출 수 없다. 태양이 수평선에 몸을 숨기면 계수나무 아래서 놀던 달이 떠오를 것이라는 꿈 때문 이다. 그러기에 꿈이야말로 삶의 견인차다.


  自然도 人間도 제 몸에 맞는 옷 하나 지어 입고 山頂에 올라 멋들어지게 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기 때문이다. 그 노래는 가슴에 움튼 風景이다. 가슴에 움튼 풍경이란 마약 같아서 좀처럼 내려놓지 못한다. 그러나 세상 은 어찌나 울퉁불퉁한지 잡풀 무성하고 순간의 찰 라를 움켜쥐려고 서성이는 바람 천지라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우수쾅 서러운 풀벌레를 목말 태우고 기다릴 때가 많다.


동백나무 대나무같이 푸르고 올곧은 마음을 찾는다고 땅바닥에 납작 엎드린 풀은 영원한 미생물을 잉태한 이슬을 기다리고, 나무는 나뭇가지에서 한 줄기 시원한 소나기를 기다리고, 철봉은 자신한테 끈질기게 매달 릴 그림자를 기다리고, 그네는 하늘 높이 치솟고 싶어 등 떠밀어줄 이를 기다린다. 고요가 지배하는 삶은 서럽다. 고요와 고요의 다리에서는 理想도, 의욕도 한낱 구상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생각이 많아질수록 고독하다.

그러니까, 우린 우리의 무어라고 책할 수 없는 꿈이 멀리 있으니 지금, 나의 발길이 어디쯤 와 있는지 모르니 먼지 앉고 곰팡이 슬은 마음들은 틈을 찾아야 한다. 틈은 우리의 기회요. 틈은 우리의 희망이요. 틈은 단념할 수 없는 빛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내 앞에 理想이라는 빛이 있는가? 빛에 말해야 한다. 당신에게 나의 뿌리를 깊이 묻을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해야 한다. 당신이 웃으며 당신 의 그 부드러운 손으로 나 아(芽)를어루만져 주는 기쁨을 맛볼 수 있게요 라고......이런 생각을 하면 왠지 안데르센의 동화에 나오는 늙은, 가로등이 생각나고, 그 작품 속에 밤이면 가로등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이마가 넓은 청년이 생각이 나는 것 보니 心的 고개는 나이와는 관계가 없나 보다.


인간은 꿈을 먹고 사는 존재이어서 그럴까? 그래 내 存在를 생각하면 왠지 나는 지금도 한 섬으로 가고 있는 한 돛배의 사공 같기만 하는 것이다. 그렇 다면, 내 인생에 있어 섬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아아, 그 섬에 간절하게 가고 싶은 것 보니, 나는 지금 한 새의 날갯짓이라는 것을 대번에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지금 한 구름보다 높이 나는 종달새의 걸음 일지라도, 개펄 위에 꽁꽁 묶인 나의 돛배는 그 바다의 파고드는 파도의 높이로 재는 내 그리움이라는 시간은 지금 몇 시일까? 그 아찔한 무지개의 꿈은 여느 아침의 햇살만큼 반짝거리고 있을까? 아직도 멀기만 한 섬, 내 꿈의 복받친 아우성이 똘똘 뭉쳐 있는 섬, 아아, 난 영겁을 초월로 이끄는 파도 를 타고, 갈매기처럼 이 설움 들쳐 메고, 눈에 어리는 저 섬으로 달려가고 싶어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지 않은가?


쉼 없이 달려가면서 난 말이야 전복을 캐러 가는 게 아니야, 타성에 파토스를 먹여줄 환각제를 찾으러 가는 것도 아니란 말이야,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래 파도가 거세어질수록, 내 중심을 꽉 틀어잡아 끌고, 섬 눈을 빼앗아야 해! 섬에 입맞춤하는 순간 행복할 거야, 라고 하면서 어부의 몸짓으로 밑도 끝도 보이지 않는 개펄을 헤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쩌면 넌 바람인지도 몰라, 그래 넌 믿음이 없어, 넌 눈물도 없고. 지조도, 뚝심도 없어, 바람, 넌, 꿈만 클 뿐, 力量이 없어, 하지만, 바다도 가끔 개펄을 뒤집고 싶어 태풍을 기다리듯. 바램의 옷 입고 가는 네 발걸음은 지금부터 벼랑이야, 넌 지금 일생에 단 한 번만 건너는 것을 허락하는 섬으로 가고 싶은 거야, 간절함이 네 꿈에 닿게 할 거야 간절함이 이렇게 들리는 말은 아, 이 말들은 환청이었을까? 아니면 꿈에 가는 한 과정일까?


아들 호주로 유학 보낸 친구는 아르바이트 자릴 구해 천만다행이라 한 데, 혼자 사는 친구는 해구신과 거북이 알 먹으러 필리핀 간다던데, 또 한 친구는 아내와 냉전 중이라 술이 고프다고 한 데, 한 친구는 사업의 부진으로 그것을 그만 때려치울까 말까 한다던데, 아아, 그 한참 열이 나고, 또 한참 식은땀이 흐르는, 그 중년이라는 나이 속엔, 조기와 새우 같은 꿈이, 아직도 토굴 속에서 곰삭는 냄새, 중년은 아직도 원양어선에 배어 있다.


흑진주 같던 내 머리 누가 물어갔을까? 호랭이가 물어갔을까? 아니면 여시가 물어갔을까? 그 누구도 대답 없고 이마에 주름만 느는 나이! 그래도 아이들 생각하면 힘 불끈 솟는 나이! 그런데 그 뼈다귀 속에서 자꾸 늘어나는 흰머리 염색하던 그 손으로, 어느 토굴에서 오늘도, 조기같은 우리 아이들 배 고플까봐, 새우같은 우리 아이들 앞날이 어두울까봐, 나 혼자 애타는 父 情! 곰 삭히느라고, 거칠어진 손 손가락마다, 곡절곡절 흐르는 자식 사랑이, 뱃고동 소리도 없이, 원양어선의 만선 깃발에 휘날고 있다.


  누구는 중년엔 향수를 먹고 산다고 하던데, 요즘은 한마디로 아니올시다! 이다. 작금의 우리 의 시대가 비록 황혼이라고 할지라도 우리는 여느 건널목에서 한 꿈을 향해 달려가기도 하고, 기다리기도하는 한 존재이라고 해야 맞다. 그래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생각하면서 저 자신 의 발길을 멈출 수 없다는 가치를 안 순간부터 그것은 나의 보석이다. 내 꿈이 늘 나를 지켜 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내 고통은 密酒다.

누군가 따버린 병마개처럼 그 자리에서 허물어져 버리는 生같이 슬픈 것이 또 있을까? 그러 므로 나는 여느 마라톤선수의 골인 지점만 생각할 것이다. 거의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지친 발걸음 속에서 말없이 흩어지는 한 구름을 안타깝게 바라볼 것이다 문제는 그런 고난의 길을 끝까지 가는가, 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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