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 4

새해 기도

나는 눈 오는 날 붕어빵 집에 간다 시인에게 이렇듯 중요 의미와 순수 동기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아마도 이석규 시인은 시를 쓰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공허한 인생 중심에서 길을 잃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이석규 시인에게 있어서는 시가 곧 일기요, 일상의 스케치를 능가하고도 남음이 있는 친구이자 멘토가 됨이 틀림없다. 우리네 삶은 늘 사유의 그네에 의존하여 허공을 날아오르기도 하고, 지면의 무궁무진한 깊이와 넓이를 느끼곤 한다. 이는 날개가 없고, 땅속에 굴혈을 내고 들어가 안식할 부리가 없는 단순 인간인지라 어떤 모양으로든 인간 내면의 사연이 자신으로부터 시작하여 가장 가까운 사랑하는 사람이나 관계자 그리고 신에게 읽혀져야만 비로소 영혼의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가교(架橋)적 역할을..

心川의 시 2022.12.31

밥 그릇

밥 그릇 이석규 고맙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나를 부지런하게 만들어주십니다 감사합니다 당신은 무슨 어려운 일을 만나면 먼저 식구들을 생각하라 하십니다 밥은 사막에 맞물려 있는 물관이라 하십니다 식구들의 행복이라 하십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광야에서 사막으로 막 내몰린 낙타의 오아시스 같은 남의 밥그릇을 빼앗으면 이윽고 고아라는 것을, 자손 대대로 원망이 이어져 자식들에게까지 욕바가지라는 것을, 자족하는 마음에 감사할 일이 더 많이 생긴다는 것을, 내가 오늘 있는 것은 부모님의 은혜와 사랑이라는 것을, 식탁에서(새삼) 만납니다 우리들의 밥이셨던 부모님 식탁에서 만납니다. #밥그릇 #밥 #어려움 #식구들의행복 #물관 #식탁 #우리들의밥이셨던부모님 #자족 #식구

心川의 시 2022.12.24

산사山寺에서

산사山寺에서 心川 이석규 산행山行의 선물, 풍경 소리에서 어머니 목소리가 은은하게 들린다 점점 사라지고 있다 멋들어진 시詩 하나 짓기 위해 조용한 산사로 조용히 접어드는 길, 아까부터 날 따라온 시원한 바람들, 땀으로 흥건한 내 등과 얼굴을 지나 하늘로 사라질 때 뎅그렁뎅그렁 뎅그렁 우는 풍경 소리에서 어머니의 말씀이 들린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 아, 캄캄한 내 시상詩想을 파고드는 저 소리 내 이득한 요람 속을 파고드는 저 소리 그 소리 속에서 어머니를 가만히 부르니 어둠 속에서 헤매던 내 시어들이 내 어린 시절 모정母情 속으로 뎅그렁뎅그렁 뎅그렁 파고든다 어머니는 시詩의 중심이라는 듯이 내재율이란 듯이.

心川의 시 2022.12.07

12월의 기도

12월의 기도 心川 이석규 주님! 모나고 각진 모든 오욕五慾을 폭설로 단번에 덮어주시듯 주홍 같은 저의 죄를 길이 참으시고 또 한 번 기회를 주셨으니 이제라도 주님의 뜻을 깊이 상고하며 저 폭설에 파묻힌 보리로 살게 하소서 저무는 내 꿈과 내 일상을 주님께 맡기고 이제라도 주님을 위해 살게 하소서 이제까지 지내온 것 다 주님의 은혜이오니 늘 공경받고 늘 대접받는 세계로 나가기보다 늘 섬기고 늘 대접하는 세계로 나가서 이적지 내 힘으로써 풀려고 했던 모든 일들 주님의 말씀으로 풀면서 조금 더 순해지고 너그러워지게 하소서 저 눈 속의 보리의 암중모색暗中摸索이 나의 연가戀歌 되어 아아, 새해에는 주님과 이웃에게 꼭 쓰임 있는 자 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