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나무에게 구상나무에게心川 이석규비록 덕유산 골짜기에 살더라도 어떤 비바람에도 끄떡없기를단장도 게으르지 않아서지나가는 작은 바람도 쉬어가고큰바람도 쉬어가기를어쩌면 넌 전생에 화가 같으니어떤 그리움을 스케치했으면너를 버리고 그리고박수 소리를 버리고 늘소풍 가는 마음이기를한 그리움이 한 그리움에게 가는 중이면너야말로아주 따뜻한 구상이 되기에. 心川의 시 2019.12.06
텍스트 텍스트 心川 이석규 여보게, 친구 눈이 내리네 바람도 많이 부네 그래 좀 춥네 그런데 눈은 왜 따뜻해 보이고 포근해 보이지 내 텍스트 주어는 자네 상상에 맡기겠네. 心川의 시 2019.11.26
자화상 자화상 心川 이석규 세상이 내 생각을 덧없음으로 길들이려고 할 때 내 가슴에 잠든 꿈은 얼마나 순한지 명치 끝에 근근 매달려 있다가 살려달라는 비명도 못 지르고 껄떡이던 허기 따라간 후 이제까지 전화 한 통 없다 나는 그 전화 기다리는 사나이 하루의 마지막엔 늘 바다로 간다 바.. 心川의 시 2019.11.24
로스탤지어 로스탤지어 心川 이석규 외롭고 쓸쓸한 날 문득 가을 나무를 쳐다보면 우리 반 여자들이 고무줄놀이한다. 가을은 짧고 추억은 긴 탓인가 땅 따 먹기 제기차기했던 깨복쟁이 친구들이 단풍 속에서 얼굴을 쏙쏙 내밀고 있다. 몇 잎 남은 이파리를 여태 흔들고 있는 나뭇가지는 소식 끊긴 동.. 心川의 시 2019.11.10
내가 기다리는 그대는 내가 기다리는 그대는 그림: 김은희 화백 글: 이석규 새벽이었으면 좋겠다 강나루에서 닻을 준비하는 사공이었으면 좋겠다 갈대였으면 좋겠다 이슬이었으면 좋겠다 어둠이 짙을수록 더욱 맑아지는 환한 아침이었으면 좋겠다 때로는 꽃이었으면 좋겠다 바람 가득 찬 향기 날리며 어둠속.. 心川의 시 2019.10.25
귀띔 귀띔 心川 이석규 똑똑똑 창문을 두드리던 바람이 창문 열어주지 않자 장미꽃잎 하나를 뚝 떨어뜨리고 간다 하던 일 잘 안 되어서 혼자 우는 날이 많았던 날 누가 찾아와도 문 안 열어줬던 것처럼 문 두드리다가 애끚게 꽃잎 하나만 입어 물고 간다 문 두드릴 때 바깥으로 나오면 거들 사람들 수두룩한데 왜 혼자 안에 숨어있느냐고 귀띔으로 문두드리다가 문 두드리다가 心川의 시 2019.08.20
코스모스 코스모스 心川 이석규 잠자리는 한 곳을 자꾸 맴돌아도 싫증 내지 않습니다. 바람이 세게 불어도 춤을 춥니다. 러브레터도 없이 춤을 춥니다. 아시겠습니까 가장 외로운 것에 가장 뜨거운 것이 핍니다. #코스모스 心川의 시 2019.08.17
매미 매미 心川 이석규 쓸쓸쓸 울 어머니 길쌈하는 소리가 쓸쓸하게 들린다 허리를 펴는 소리도 들린다 그 소리 뒤에 주름진 이마도 보인다 그러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쓸쓸쓸 매미가 울면 나의 불효가 쏟아진다 맨 날 투정해도 그저 조용히 날 감싸는 어머니 치마 끄는 소리만 크다 더위가 .. 心川의 시 2019.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