心川의 시 127

절망을 기리는 노래

절망을 기리는 노래 -다람쥐인간 마라톤 心川 이석규 내 삶이 다람쥐 쳇바퀴 속이라고 해도 아까부터 내 절망과 결별했다면 고통은 아름답다 어제 눈여겨보았던 도토리를 오늘 한발 늦게 남에게 빼앗겼다고 주저앉으면 나의 미래가 암울하듯이 오늘이라도 도토리 한 톨 땅에 심지 않으면 나의 장래는 밝지 않다 내가 심은 도토리 한 톨 고요히 땅속에 묻혀 와신상담臥薪嘗膽하는 그 권토중래捲土重來가 다람쥐 쳇바퀴의 등을 타고 넘는다 무엇하나 한恨이 되어 염원으로 남은 길을 달리고 달려도 아직 다다르지 못한 길이라도 아까부터 내 절망과 결별했다면(가시밭길을 빠져나오면 거기, 평탄한 길이 보이듯이) 내 고통은 아름답다.

心川의 시 2022.11.18

공원에서

공원에서 心川 이석규 바람자리/ 한 사람의 양심이다 그 양심을 위해 기꺼이 비끼는 자리가 바람자리이다 우리는 저마다 언제 가치를 얻어서 인정받고 고통이 기쁨으로 바뀌는지 안다 햇빛/ 있어도 베풀지 않는 것은 욕심 속에 갇혀 있고 무덤에 미리 가 있는 것 의자/ 올 때 다르고 갈 때 달라 다시는 속지 않겠다는 이름이 덜컥 다시 찾아오는 자리 그 몰염치에서 나의 오욕을 본다. 새와 벌레와 낙엽에서 사랑이 움트듯이 빈 의자에서 제일 아름다운 사랑이 꿈틀대는 것을 본다 왔다가 가냥 가신 사람을 본다. "유익종 - 안녕 내 사랑"

心川의 시 2022.10.27

가을/ 心川 이석규

가을 心川 이석규 스르륵, 단풍나무에서 뚝 떨어진 붉은 이파리 하나가 딱 한 번 보고 단번에 사랑해 버린 그대같이 보이는 가을이다 스르륵, 그 붉은 이파리가 계곡물에 떨어지자, 가을이 오기도 전에 아무 말 없이 밤에 조용히 떠난 사람이 붉은 치마 끄는 소리에 누구 하나 잠 못 이루고 있는 가을이다 산 밑을 등산하는 사람들은 오다가다 머루나 달래를 만나 따먹겠다고 청설모나 산새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지나치는 산비탈 가을이다 그래, 나는, 해만 바라보는 해바라기꽃 곁에 또 다른 해바라기꽃으로 서서 바람을 껴안고 그대를 기다리고 싶다고 하였다 그리고 올가을이 다 지나가기 전에 내게 오시면 된다고 빙그레 웃었다 해바라기꽃이 피는 가을엔 해바라기꽃에 그리운 얼굴이 짙어지고 해바라기꽃에서 그대를 기다리는 것을 해바..

心川의 시 2022.10.26

해국

해국 心川 이석규 해국은 바다를 하루라도 안 보면 안 되는 병에 걸렸는가 오늘 도 절벽 한 귀퉁이에서 마구 바다로 뛰어내리려 고 몸부림친다 발이 없어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을 텐데 어김없이 휙 확 뛰어 내릴 데를 찾는다. 해풍이 시시 때때로 후려쳐 귀가 먹먹하고 눈 흐릿해도 한사코 바다 로 그 여린 이파리를 들어 올린다 저 여린 이파리 어디쯤 말 못 할 恨이 숨어 있는지 보 이지 않 는 그 恨 줄기를 타고 아찔한 절벽의 욕망을 바 다에 흔드는 해 국은 제 이파리에 戀書를 써 지나가는 바 람이든, 밤을 잊은 채 철썩이는 파도든 어디에나 연서를 날리다가 야위어 가는 제 몸 까지 바다의 마음을 사로잡는 도구로 삼는다.

心川의 시 2022.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