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한잔 49

인연

인연 산다는 것은 뭔가 고픈 것인지도 몰라 마음 줄 사람이 고프고 정을 줄 사람이 고픈 것인지 몰라 우연이든, 필연이든, 아름다운 착각의 숲에서 만난 사람하고 마주쳤을 때 눈빛과 눈빛 속에서 불이 튀고 아, 영혼에 진동이 오면 내 눈망울에 내 다리에 내 발바닥에 어리는 것들은 모두 기회인지도 몰라 가난한 마음에 꽃망울이 맺히고 주고싶은 마음에 꽃이 필지도 몰라 포기할 수 없는 일은 고독한 일 그러나 잊지 마세요 꽃은 눈물속에 피니까요 외로움은 내가 만들었고 그리움은 그대가 만들었다 하며 서로의 등을 토닥여 줄 수 있는 그래, 위안이 되고 힘이되는 인연은 그대를 내가 간절히 생각하는만큼 오고요 그대 아니면 내 빈 가슴을 채울 수 없다고 할 때 필지도 몰라 사랑꽃은. 아아, 아무튼, 나는 그대의 화분이 되고..

커피한잔 2014.10.25

이석규 시집 (빈 잔의 시놉시스) 가 나왔습니다.

序  구름 속에서 신음하던 날   나는 꽃망울을 ‘시’라고 믿고 그것을 피우는 농부의 땀방울을 내 몫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 작업은 내 힘만으로는 안 되어 고독했고 절망을 밥 먹듯 했다. 그럼에도 떠나지 못할 뿐만이 아니라 그 일을 사랑한 죄로 야박하고도 성스러운 이 세계에 내 가슴에 떠돌던 꽃 하나 살리기 위하여 골방에서 자주 밤을 지새웠다. 나는 그 고통을 안았다. 그래, 내게 시는 냇물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 냇물은 아직 바다에 들지 못한 낯선 어느 강 같은 것이었다. 나는 그 강물이 바다로 가다가 곰 같은 자에게, 늑대 같은 자에게, 이리 같은 자에게 다치고, 꺾이고, 물리고, 더럽히지 않게 하려다가 가끔 하수구에 들었지만, 이것 하나만은 꽉 붙들어 키우려고 기를 썼다.문득, 어머니 베갯머리..

커피한잔 2014.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