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또는 생각
까만 밤, 밋밋한 책상을 지키고 있는 스탠드를 켜니 그 빛이 나에게 스트라빈스키, 말러, 하차투리 안의 음악 속에 녹아 있는 클레, 몬드리안, 세잔의 빛을 쏘고 있다. 그러나 그 빛은 너무 멀어 마치 저 해운대의 밤을 연상聯想케 하고 그 언저리를 아직까지 지키고 있는 안개에 쌓인 돛배 한 척이 나로 보인다. 나는 이런 때 여느 바닷가의 어부같이 밤에 피는 해당화의 비밀秘密에 수고로운 꿈을 꾼다. 꿈 또는 생각탄생 혹은 향기, 내 안에 들끓는 이 노래를 어떻게 세상에 끄집어낼 수 있을까 흥행을 장담할 수도 없는데 작곡을 해 어떤 가수를 물색해 부르면 누가 들어줄까 (그대는 들을 수 있을까?) 아무튼, 나는, 지금, 몹쓸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이지만, 못 견디게 그리운 것들을 분단장하는 가을 햇살 아래 귀뚜라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