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규 시집 (빈 잔의 시놉시스) 가 나왔습니다.
序 구름 속에서 신음하던 날 나는 꽃망울을 ‘시’라고 믿고 그것을 피우는 농부의 땀방울을 내 몫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 작업은 내 힘만으로는 안 되어 고독했고 절망을 밥 먹듯 했다. 그럼에도 떠나지 못할 뿐만이 아니라 그 일을 사랑한 죄로 야박하고도 성스러운 이 세계에 내 가슴에 떠돌던 꽃 하나 살리기 위하여 골방에서 자주 밤을 지새웠다. 나는 그 고통을 안았다. 그래, 내게 시는 냇물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 냇물은 아직 바다에 들지 못한 낯선 어느 강 같은 것이었다. 나는 그 강물이 바다로 가다가 곰 같은 자에게, 늑대 같은 자에게, 이리 같은 자에게 다치고, 꺾이고, 물리고, 더럽히지 않게 하려다가 가끔 하수구에 들었지만, 이것 하나만은 꽉 붙들어 키우려고 기를 썼다.문득, 어머니 베갯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