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을 보면 벚꽃을 보면 心川 이석규 벚꽃을 보면 내 가슴에 잠든 얼굴 하나가 보인다 단 한 번 보고 단번에 사랑해 버린 사람 그리고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가볍게 조용히 밤에 떠난 사람 벚꽃을 보면 연분홍 치마 끄는 소리에 누가 잠 못 이루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心川의 시 2016.04.06
앵강만에 가면 앵강 만에 가면 心川 이석규 하늘도 쪽빛 바다도 쪽빛 여기서는 지나가는 바람 속에 서포 김만중의 사씨남정기 두런두런 들리고 파도가 파도와 손잡고 싶은 소리 가득 해서 누구나 서 있으면 시인이 되지 그리운 사람 더욱 그립지 여기서는 지나가는 갈매기 속에 어머니 날 위해 기도하.. 心川의 시 2015.12.08
부두 부두 이석규 나는 내 자신을 힐책하며 내 자신을 구하러 바다로 간다 부두에는 배 이미 끊어지고 갈매기들만 끼룩끼룩 울며 반긴다 마음만 외롭지 않아 가고 싶은 길에 파도가 거세도 가고 싶은 길은 기어서라도 가야 한다 숨이 가쁜 파도의 너울을 이고 나는 지금 저 파도 넘어 그대만 .. 心川의 시 2015.07.23
가로등 가로등 이석규 술을 빚었다 그대와 마주앉아 들고 싶은 술을 가만가만 빚었다 그대가 잘 다니는 골목에서 어둠이 남긴 것들을 전부 술로 빗어서 길손들에게 한잔 풀벌레에게도 한잔 따라주고 있는데 묻노니 그대는 친구의 술이 된 적 있는가? 정말 나는 누구의 술일까? 가로등빛만 아프.. 心川의 시 2015.07.16
바보 바보 心川 이석규 시인이 시를 안 쓰면 시인이 아닐 것 같아서 시 하나 쓰려고 아까부터 한 나비를 유리창 밖에 있는 나비를 목 터지라 불러도 그냥 가 버렸다 나비야 나비야 어디로 가고 있느냐? 지금 비 내리는데 그 나비 다시 올지 모른다는 착각과 환상 내 관념에 생글생글 바람을 보.. 心川의 시 2015.01.30
노래 노래 이석규 우연이지는 잘 모르겠으나 내가 들은 노래마다 내 이야기를 한다 그대와 나 사이를 이야기한다 어느 날 택배가 배달돼서 나가 보았더니 어제 주문한 옷은 왔는데 그제 주문한 가수 이용의의 시월의 마지막 밤 그 CD가 안 왔다 오늘도 택배는 배달됐는데 내가 기다리는 그 CD가.. 心川의 시 2014.12.26
우리 사이 우리 사이 心川 이석규 포장마차이었으면 좋겠다 그 포장마차 안의 파전이었으면 좋겠다 젓가락이었으면 좋겠다 빈 잔이었으면 좋겠다 바람결 위로 휙휙 제 살을 함부로 던지는 그 집 전등이었으면 좋겠다 心川의 시 2014.12.18
고향이 그리운 것은 고향이 그리운 것은 心川 이석규 내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은 향긋한 고향 내 치밀어들고 날 내려다보는 하늘 탓이고 구름 속에서 막 걸어나와 방긋 웃는 해님 탓이고 새벽이면 어김없이 닭 울음소리에 일어나 논밭으로 나가시는 아버지 탓이다 내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은 내가 잘 다.. 心川의 시 2014.12.09
사랑 사랑 / 이석규 좋아한다고 빨리 가면 발병 난다 낙타로 가라 고비를 넘어 어깨에 손을 얹고 같이 걸을 때까지는 모래바람이 끝없이 불면 길 위에 그 이름 펼치며 가라 좋아하는 마음의 길은 본디 사막이니까 사막에서 선인장으로 굴러가라 굴러서 사랑 그대에게 가라 풀 한 포기 없는 이 .. 心川의 시 2014.12.01
겨울나무 겨울나무 心川 이석규 나 이제 추운 나라로 소풍 간다 젖은 장작에서 피는 매운 연기가 어둡다 그래도 추위 그거 김밥처럼 생각하고 외로움 그거 커피처럼 생각하면 아, 나는 땅 밑에 숨은 꽃씨나 될까보다. 心川의 시 2014.11.18